정현 미술비평가 (인하대 조형예술학 교수)

서울 곳곳의 거리에서 주로 노인들을 포착하였다. 대개는 서울 중심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행인들로 취약한 삶의 조건에 처한 이들을 바라보는 작가의 처연한 시선이 돋보였다.

사진이 언어를 대신할 정도로 이미지 중심사회로 변한 동시대 문화에서 과거와 같이 사진을 하나의 문화적 기호로 보고 사진 이미지를 중층적으로 해석하려는 노력이 점차 희미해져가는 상황에서, 남오일은 자신이 선택한 주제의식을 우직할 정도로 견인하려는 자세를 보여주었다.

더불어 사진을 읽는 기쁨, 바르트가 사진을 어루만지듯 섬세하게 관찰했던 것처럼 사진을 보면서 기억의 희로애락을 꺼내면서 자신과 이미지 사이에서 펼쳐지는 감성의 상호작용을 떠올리게 하였다.

장승현 (갤러리AG 사무국장)

남오일 사진작가의 작품속에 드러나있는 모든 사물과 배경, 시대적 단서인 인물 특히 노인들의 군상은 그 자체로 이미 사진 작품 속에서 ‘레트로’의 요소로 확고히 자리 잡으며 의미부여를 하고 있다. 그래서 작품의 감상자에게 시대를 초월한 강한 정서적 호소를 하고있다. 그것이 흑백필름이라는 물성의 레트로와 내용이 만나 이미 확고한 ‘빈트로’ 의 지점에 도달했으며 이로 인해 가장 최근의 순간을 찍은 것이라 해도 이미 알 수없는 다양한 세월을 초월해 현대적인 감수성을 느끼게 하고 있다. 과거의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한 대조적인 화면 구도와 상황을 프레임안에 구사함에 더욱 세련된 구도 능력을 보였다 아니할 수 없다.

극히 현실적인 상황을 레트로 기반으로 한 미래 사회의 한 단면처럼 그려내는 프레임 기법은 마치 미래사회를 암울하게 그려낸 일본 만화의 한 컷 한 컷을 보는 듯 하지만 이내 세련된 화면 구사능력이 돋보임에 따라 사진의 이미지에 국한된 것이 아닌 총체적인 프레이밍까지 돋보이게 만드는 능력을 보여주고있다. 이는 흡사 또 다른 관점에서 프레이밍 효과와 그 의미가 근접하다.

찰나의 미학을 보여줌에도 사진 속 불특정 인물들은 마치 치밀한 계산 속에 마음대로 화면속에서 연출하고 포즈를 취하며 연기하는 표정을 드러내게 한 남오일 사진 작품은 단순히 우리 주변의 익숙한 한 장면을 위해 찍혀진 사진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진 작품의 제목처럼 그 장소를 특정 지었다는 것도 사진 속에 이미지와 묘한 대조감과 정서를 일으킨다는 점이 높이 살 만한 접근이라 할 수 있다.

남오일 작가는 특정한 피사체만을 위해 셔터를 누르지 않는다. 근경, 중경, 원경이 조형적으로 계산되어 정통적인 구도안에서 심지어 비약하자면 길에 작은 돌멩이 하나까지 모두 필요한 요소로 읽히도록 만든다. 이 점이 남오일 작가의 작품을 빛나게 하는 요소이자 재미일 것이다. 그저 단순한 기록 사진으로 보아서는 안된다. 누구나 함부로 찍을 수 없는 절대적인 미감을 타고난 듯이 보인다. 너무나 치밀한 계산이 아무렇지도 않게 찰나에 기록되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빛으로  보기때문일 것이다.

김리원 (부평구문화재단 큐레이터)

서울의 바깥에서 성장한 남오일작가는 서울이라는 도시에 주목하여 그곳의 이색적인 풍경들을 사진으로 기록한다. 화려한 서울에 대한 동경과 호기심에서 비롯된 작업은 점차 그 이면에 지극히 평범하여 감각하기 어려운 서울의 찰나적 상황, 그 속에 인물들로 구성된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서울 속 다양한 지역에서 포착한 사사로운 사건들의 기록은 서울의 탈 시간적인 감각을 전한다.